압구정 일대에서 노래방이라는 공간이 처음 자리를 잡던 시절의 풍경은 지금과는 완전히 달랐다.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이곳을 장악하던 것은 오직 소리의 밀도였다. 당시 기기들은 단순했지만, 소리를 다루는 방식에 있어서만큼은 요즘처럼 디지털 보정으로 떡칠한 것들과는 궤를 달리했다. 나는 그 시절의 마이크 감도 수치나 앰프 배열도를 일일이 수집해 아카이브를 구축해 두었다. 지금의 얄팍한 기기들은 그때의 그 묵직한 하울링을 재현하지 못한다. 요즘 것들은 겉만 번지르르하게 튜닝된 인터페이스에 의존할 뿐, 본질적인 사운드 밸런스는 안중에도 없다.
많은 업주가 요즘 손님들의 입맛에 맞추겠다며 자동 보정 기능을 과하게 넣은 장비들을 들여놓는다. 노래방의 핵심은 보컬의 날것 그대로를 얼마나 잘 받아내느냐에 있다. 압구정에서 조금이라도 뼈가 굵은 사람이라면, 장비의 브랜드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장비가 룸 내부의 공간감과 어떻게 조화를 이루는지를 본다. 룸의 가로 세로 비율과 벽면 흡음재의 마모 상태를 확인하지도 않고 단순히 신형 기기만 배치하면 그건 노래방이 아니라 소음 배출구에 불과하다. 나는 과거에 사용되던 고전적인 사운드 믹서 회로도를 아직도 보관하고 있는데, 지금의 전자식 보드보다 훨씬 정교한 설계를 갖추고 있었다.
압구정 노래방을 이용할 때 확인해야 할 정보는 생각보다 단순하다. 룸의 크기에 비해 과도하게 큰 출력의 스피커를 쓰는 곳은 피하는 게 상책이다. 이는 소리의 굴절을 고려하지 않은 무식한 설계다. 귀가 피로해지는 환경에서 무슨 제대로 된 노래가 나오겠는가. 사실 다들 이런 기초적인 상식조차 잊고 겉으로 보이는 화려한 조명이나 인테리어에만 급급하다. 룸 내부에 설치된 스피커의 각도가 정확히 청자의 귀 높이를 겨냥하고 있는지, 바닥 카펫이 소음을 얼마나 흡수하고 있는지 관찰하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나는 이런 정보를 파편화해 기록해 두는 것을 즐기지만, 이걸 알아듣는 사람이 극히 드물다는 게 문제다.
결국 노래방은 기술의 집약체다. 압구정의 수많은 노래방 중에서 진짜를 가려내는 방법은 사실 데이터에 있다. 하지만 사람들은 수치와 팩트보다는 분위기에 휩쓸려 돈을 쓴다. 내가 수집한 과거의 자료들과 비교해 보면 지금 운영되는 업소들 중 상당수가 기본 음향 세팅조차 제대로 하지 않은 채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룸마다 다른 소리의 편차를 줄이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이 필요한지 모르는 모양이다. 정보를 모으고 아카이브하는 것이 내 일상이지만,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는 현실을 보면 답답할 노릇이다. 노래방의 본질은 결국 소리 그 자체라는 사실을 다들 잊지 않았으면 한다. 물론 나 같은 노인네가 이런 소리를 해봤자 잔소리로밖에 들리지 않겠지만 말이다.